언제 회사를 세워야 할까?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이 질문 앞에서 망설인다. "지금 당장 법인을 세워야 할까,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 할까?"
이론적으로는 여러 순서가 가능하다. 팀을 먼저 꾸리고 아이디어를 다듬은 뒤 법인을 설립할 수도 있고, 법인을 먼저 세운 뒤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갈 수도 있다. 각각의 방식에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중 어느 쪽도 추천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강력하게 권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따로 있다. 바로 시장에서 제품시장적합성(Product-Market Fit, PMF)를 먼저 확인하고, 투자 유치와 함께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기나 한가요?"라고 물을 수 있다. 가능하다. 아니,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순서다.
왜일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PMF가 없으면 투자를 받을 수 없다.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이 제품(서비스 또는 기술)이 시장에서 통하는가?"다. 아무리 팀이 훌륭하고 아이디어가 참신해도, 실제 고객이 돈을 내고 쓰는지, 시장이 반응하는지 증명하지 못하면 투자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대로 제품시장적합성**(**PMF)를 확인했다면? "우리 제품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되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는 셈이다. 이것이 투자 유치의 결정적 열쇠가 된다.
둘째, 투자와 함께 법인을 설립하면 모든 것이 한 번에 정리된다.
투자자들이 돈을 넣으려면 기본적으로 법인이 필요하다. 개인에게는 투자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투자 유치 과정에서 법인을 설립하거나 기존 법인을 정비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단순히 "법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짜 신경 쓰는 건 법인의 투명하고 안정적인 구조다.
정관은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주주 간 권리관계는 명확한지, 향후 추가 투자 시 문제가 생길 소지는 없는지. 이런 것들이 엉망이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투자받기 어렵다.
투자금이 들어오는 시점에 법인을 설립하면 어떨까? 처음부터 투자자가 연결해주는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의 전문가들이 정관과 주주계약서를 최적화해준다. 투자 집행에 필요한 운영 자금도 확보되고, 나중에 법인 구조를 고치느라 시간과 돈을 쓸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이 한 번에 깔끔하게 정리된다.
셋째, PMF 검증 전에 법인을 세우면 돈만 낭비한다.
법인을 세우는 순간부터 급여 지급, 4대 보험, 세무 신고 같은 고정 비용과 행정 업무가 매달 발생한다. "일단 회사부터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했다가,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먹히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매달 수십만~수백만 원씩 고정 비용이 나가는 상황. 생각만 해도 아깝고 아찔하지 않은가?
반대로 PMF를 먼저 확인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통한다"는 확신을 갖고 법인을 설립하니, 모든 지출이 의미 있는 투자가 된다. 불필요한 출혈 없이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