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보이는 단 두 개의 국경선이 알려주는 운영의 비밀

현대판 칼 세이건이라 불리는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공개한 영상 하나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대부분의 국경선은 사라진다. 하지만 오직 두 곳의 경계만은 뚜렷하게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첫 번째는 이스라엘과 주변 사막 지역의 경계다. 낮 시간에 우주에서 내려다보면 똑같은 사막 지역임에도 한쪽은 푸르고, 한쪽은 갈색이다. 이스라엘이 체계적인 관개 시설을 통해 사막을 녹색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남한과 북한의 경계다. 밤 시간에 인공위성이 포착한 한반도 사진을 보면, 남쪽은 불빛으로 빛나고 북쪽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다. 같은 민족, 같은 땅에서 시작했지만 경제 활동의 결과는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극명하다.

왜 이 두 경계만 우주에서 보일까? 답은 간단하다. 경제적 격차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에서 출발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운영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의 차이. 이것은 인류가 자연스럽게 수행한 거대한 실험의 결과물이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창업천재단에서 함께하고 있는 창업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창업하고, 비슷한 자본으로 시작했지만, 어떤 팀은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어떤 팀은 멈춰 섰다.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창업천재들도 운영 방법을 모른다

창업에 필요한 핵심 역량들(설득, 리더십, 투자 유치, 제품 개발 등)에 대해 남들과는 다른 재능과 학습능력을 보이면서도, 실패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끈기(Grit)를 동시에 갖춘 사람들을 창업천재라한다. 창업천재들과 함께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니, 놀랍지도 않은 당연한 사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천재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실행력을 가진 이들조차 정작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는 처음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다. 배운 적이 없으니까.

제품을 만드는 법, 고객을 찾는 법, 투자를 받는 법은 그래도 배울 곳이 있다. 하지만 '10명이던 조직이 100명으로 커질 때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시리즈 A를 받은 후 어떤 지표를 가장 먼저 설계해야 하는지', '창업 멤버들이 하나둘 번아웃을 겪을 때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는다. 마치 같은 사막에서 시작했지만 한쪽은 녹색 오아시스를, 한쪽은 여전히 갈색 사막을 유지하는 것처럼.

4년간의 동행이 보여준 것들

창업천재단은 독특한 곳이다. 일반적인 액셀러레이터처럼 3개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헤어지지 않는다. 벤처캐피탈처럼 투자만 하고 멀리서 지켜보지도 않는다. 우리는 엄선된 소수의 창업천재들과 공동창업자의 자세로 최소 4년 이상 함께 성장한다.

구분 창업천재단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보육기간 최소 4년 3~6개월 없음
주요 역할 공동창업자 보육자 투자자
방식 집중 보육 배치 기반 단기지원 자본 투자

생물학적으로 보면 우리는 '산란형'이 아닌 '포유류형' 육성을 한다. 물고기가 수천 개의 알을 낳아 자연에 맡기는 대신, 인간이나 코끼리처럼 오랜 임신 기간과 집중적인 보육을 통해 최상위 포식자를 키워내는 방식이다.

이 방식 덕분에 우리는 특별한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초기 스타트업이 제품을 처음 출시하던 날의 떨림, 첫 유료 고객을 만났을 때 사무실 전체에 퍼지던 환호, PMF를 찾았다고 확신하던 순간의 전율. 그리고 시리즈 A, B, C를 거치며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스러운 성장통들.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그 모든 시행착오 속에서 '아, 이때 이걸 미리 해뒀더라면 성공 확률을 훨씬 더 높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뒤늦게 깨달았던 수많은 순간들을 함께 기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경험은 미화되고, 진실은 흐려진다

권도균 대표는 프라이머를 2010년부터 15년간 경영하며 약 300개 팀에 투자하고 멘토링해 온 대한민국 1세대 액셀러레이터다. 그가 쓴 《스타트업 경영 수업》에는 흥미로운 표현이 등장한다. "후배들에게 배워서 정리했다"는 말이다.

권 대표는 자신의 창업 경험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창업 당시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미화되거나 신화화되어, 결국 성공 스토리라는 영웅담만 남게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