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이야기하자."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이 말을 수없이 하게 된다.
공동창업자와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 첫 직원에게 얼마를 줄지, 워라밸을 어디까지 보장할지, 복지는 어디까지 제공할지, 원격근무를 허용할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뭔가 순수했던 관계에 금이 갈 것만 같다. 함께 꿈을 꾸던 사이에 돈 이야기, 권한 이야기, 책임 이야기를 꺼내는 게 왠지 껄끄럽다.
그래서 미룬다. "일단 시작하고 보자. 나중에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
나는 지난 10년간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무너지는 걸 봤다.
시장이 없어서 망한 게 아니었다. 돈이 떨어져서 망한 게 아니었다. 기술이 부족해서 망한 게 아니었다.
"나중에"가 오지 않아서 망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중에"가 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공동창업자는 "저 사람은 나만큼 일하지 않는데 지분이 같다"며 불만을 쌓는다. 구성원들은 "이 정도 급여로 이렇게 일해야 하나"며 퇴사를 고민한다. 워라밸을 기대했던 직원은 번아웃을 겪고, 복지를 원했던 팀원은 배신감을 느낀다.
처음에는 작은 불만이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덩이처럼 커진다. 그리고 어느 날 폭발한다.
더 아이러니한 건, 서로를 배려하려던 마음이 오히려 관계를 파괴하는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기분 나쁘겠지"라는 생각으로 참았던 것들이, 나중에는 "당신은 애초에 나를 제대로 된 파트너로 보지 않았구나"라는 배신감으로 돌아온다.
차라리 지금 불편하자.
12가지 주제를 정리했다. 워라밸, 복지, 급여, 의사결정 방식, 파운더 간 역할... 스타트업 리더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주제들이다.
불편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첫 번째 질문으로 들어가보자.
"스타트업에서 워라밸을 기대하는 건 말이 안 돼."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직원들의 실제 퇴사 이유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퇴사자의 75%가 상사 때문에 회사를 떠나며, MZ세대가 꼽은 퇴사 이유 1위는 '성장 가능성'이었다. 급여는 3위에 불과했다. 딜로이트 연구 역시 학습과 성장 기회가 직원 유지율을 30% 이상 높인다고 밝혔다.
결론은 명확하다.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건 9시 출근 6시 퇴근이 아니다. 의미 있는 일,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존중받는 느낌이다.